본 작품은 토림 김종현의 설경(雪景) 작품이다. 김종현은 사계절의 풍경을 두루 잘 그렸지만, 특히 설경 표현에서 독보적인 경지를 보여준 작가로 평가받는다.

토림(土林) 김종현(金鐘賢, 1912~1999)은 전북 정읍 출신으로 전주를 중심으로 활동한 서화가이다. 이당 김은호(以堂 金殷鎬, 1892~1979)를 사사했으며, 1944년 제23회 조선미술전람회에 ‘성지(城址)의 황혼(黃昏)’으로 입선한 뒤 국전에도 입선했다. 이후 첫 국전 입선을 끝으로 중앙 전람회 출품을 중단하고 전주에 기거하며 지역 중심의 창작 활동을 이어갔다.

한때 김기창, 장우성 등과 함께 후소회(後素會)에 참여하며 중앙 화단과도 교류했으며, 전주시 문화상과 전북문화상을 수상한 바 있다. 김종현은 산수, 영모, 화조, 인물 등 다양한 화목을 다뤘으나, 사실적인 실경산수를 주된 화풍으로 삼았다. 그중에서도 설경은 공간감과 여백 처리, 담묵과 농묵의 조화를 통해 겨울 풍경의 정취를 탁월하게 담아낸 작품군으로 평가된다.

대표작으로 꼽히는 ‘금강산도십곡병’은 금강산의 절경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려는 자연친화적인 창작 태도를 보여주는 작품으로, 김종현의 실경 산수관을 잘 드러낸다. 본 설경 작품 역시 이러한 작가의 미의식과 조형 감각이 응축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