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남계 이규선(南溪 李奎鮮, 1938~2014)은 한국화 분야에서 독자적인 추상 회화를 창작한 화가다. 그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학부 시절에 유화를 그리고 국전 서양화부와 동양화부에 모두 출품하는 등, 동양화와 서양화를 가리지 않고 학습하였다. 그러나 1970년 19회 국전부터 동양화부 비구상 부문에만 참여하면서 본격적으로 추상성을 모색하였다. 이 시기 출품작의 특징은 직선의 교차로 생긴 기하학적 면 분할, 두터운 채색과 호분의 사용, 스프레이 기법을 활용한 얼룩의 고안이다. 이렇듯 회장미술에서는 추상 회화로 두각을 나타냈지만, 상업용 그림으로는 소품의 아동 인물화를 다작하기도 하였다. 이규선은 1970년 중, 후반부터 검정색을 위주로 한 화면에 일부 원색을 가미하였고, 부드러운 곡선으로 면의 분할을 시도하였다. 1990년대에는 단순한 흑백의 평면 추상에 더욱 집중하며, 검정색의 붓질이 지나간 자리에서 엿보이는 미묘한 차이를 보여주었다. 2000년대부터 시작된 <시창청공>, <서창청공> 시리즈에서는 실내 창호지 문을 열어 외부 풍경을 바라보는 연출을 시도하였다. 이렇듯 이규선은 전통 회화의 개념, 이론, 서사보다도 사물이나 상황에서 떠오르는 기분이나 이미지를 표현하고자 하였다. 현대 회화로서의 추상성, 동양 회화로서의 수묵과 자연의 모티브, 한국 회화로서의 원색을 조합하여, 이규선 만의 현대성, 동양성, 한국성의 기호를 창출한 것이다. 이것이 이규선이 추구한 추상 회화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추상화풍 한국화韓國畵의 선구자, 이규선
이규선李奎鮮(1938-)은 196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는 50여년의 기간 동안 한국화韓國畵의 추상적 흐름을 선도해왔다. 그는 동양의 미술은 전통적, 서양의 미술은 현대적이라는 이분법적 구분을 넘어서는 대안을 모색해왔고, 그 결과 전통적이면서도 현대적이고, 동양적이면서 서구적인 관점에서도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예술세계를 구축했다.
이규선의 작품세계를 종합적으로 조명하는 전시나 연구는 아직 이루어진 바 없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시의적 필요성에 의해 마련되었다. 특히 2013, 2014년에 걸쳐 그려진 그의 최신작들은 최초 공개되는 것들로, 그의 새로운 작품세계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아름다운 아동 그림에서 천진난만한 추상화로
이규선이 60-70년대 화단을 풍미하며 이름을 널리 알렸던 것은 수묵담채의 아름다움을 한껏 살린 아동 그림이었지만, 70년대 이후 기하학적인 구조와 절제된 선, 강렬한 색채와 은은한 선염을 이용하여 한국화에서의 조형적 실험을 본격화했다. 그러나 그가 추상화로 그리고자 한 것은 전혀 다른 것이 아니라 아동의 천진난만한 마음이었다.